기자명 송준호 editor 입력 2023.09.05 11:43 수정 2023.09.06 13:08 댓글 0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홀대하고 있다”
김윤성 에너지와 공간(한국에너지공단 이사 겸) 대표가 4일 국회 1.5℃포럼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공동주최한 ‘재생에너지 수출금융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적 금융의 역할’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김 대표가 말한 큰 시장은 태양광 시장이다. 김윤성 대표는 “국제에너지기구의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을 보면, 태양광 전력이 전체 전력의 70%를 차지하며 전력망과 배터리를 포함하면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인데 이를 홀대하고 있어서 미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적금융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글로벌 재생에너지 수출 정책의 동향을 주제로 첫 발제를 맡았다. 김철영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 기술서기관과 요나스 밀퀴스트 덴마크 수출신용기관(EIFO) 아시아 태평양 공동지사장이 이어서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 패널에는 김권수 SK오션플랜트 ESG본부장, 정규창 한화솔루션 파트장,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니엥 응노 베트남 에너지전환이니셔티브(VIET) 대표, 김윤성 에너지와 공간 대표, 심재선 한국수출입은행 전력에너지부 부장이 참석했다./ⓒ임팩트온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2020년에 녹색금융공사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당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 10조원 정도를 출연해서 안정적으로 녹색 산업과 녹색 에너지를 지원하자는 특별법 논의를 꺼냈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좌초됐다”고 말했다.
이유진 소장은 “유럽의 그린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보면, 주요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제도와 시스템을 거의 다 마련했다. 특히, 탄소중립을 국가가 주도하는 녹색산업과 일자리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기에 한국도 공적금융을 어떤 방향으로 확대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공적금융 역할 커진다…
코끼리 꼬리 아닌 전체에 집중해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판도를 뒤집어 놨다. 첫 발제를 맡은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산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서구권의 제재 등으로 가스를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의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간했던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 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한 바 있다. 오 연구원은 “천연가스의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750bcm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천연가스 소비대국인 한국의 1년 소비량이 60bcm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1년 소비량의 12배에 달하는 천연가스 수요가 2050년까지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는 화석연료가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에너지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오동재 연구원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이 70%가량 상승했고 비용 부담을 대부분 한국전력공사가 적자구조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 위기를 겪으며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공적금융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 연구원은 “세계 주요국들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적금융의 투자 전환을 위한 글래스고 선언을 제창했다”며 “영국, 미국, 캐나다, EU를 포함한 39개국의 공적 금융기관들은 2023년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금융을 중단하고 모든 공적 금융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OCI)’은 참여국들이 이미 연간 23조원가량을 태양광, 풍력, ESS,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글래스고 선언 이후로 투자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G7 국가들도 글래스고 선언에 준하는 선언을 했고 자국 내 재생에너지 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수출 금융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공적금융을 움직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됐다. 오동재 연구원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수출금융을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는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포함된 국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는 2030년까지 국제 감축을 통해 발생하는 크레딧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시장은 코끼리처럼 커지는데 코끼리 꼬리에 집중하는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한국이 공적금융을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글래스고 선언에 상응하는 약속을 선포하고, 해외시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재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석탄이나 가스 발전보다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하기 어려워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금융 지원도 받기 어렵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업하여 PPA 계약 지원을 포함한 금융 보증, 금리우대, 타당성 조사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 사항을 줄여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경쟁력은 내수시장이 좌우…
정부가 리스크 부담하고 과감한 투자해야
행사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 필요한 것들을 정부에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한국의 금융사와 개발사가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국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경험과 실적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수익률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공적금융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적금융이 책임을 묻기 보다는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부담하여 공적금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 진출한 SK오션플랜트는 두 가지를 요구했다. 김권수 SK오션플랜트 ESG본부장은 “SK오션플랜트는 대만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의 44%를 점유하고 있고 2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1개를 더 늘릴 계획에 있다”며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보증보험 지원과 주민수용성에 관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권수 본부장은 “정부가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보증보험에 대한 항목이 없다. 수출입은행을 통해 보증보험이 제공되고는 있지만 규모가 작으므로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지역주민과 기업을 중재하여 연안에 풍력 발전소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해야, 기업이 든든한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의 정규창 파트장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시장이 제조회사에 우호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창 파트장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투자세액공제나 투자촉진보조금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수출국의 에너지정책 변화나 수익규제에 대해서도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적수출신용기관의 리스크 분담…
정치 아닌 시장 따라야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공적금융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분담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덴마크의 수출신용기관인 EIFO의 사례가 소개됐다. EIFO는 200억 유로(약 29조원) 규모의 자금을 190개가 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조달하고 있으며, 풍력사업이 17%가량으로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요나스 밀퀴스트 EIFO 아시아 태평양 공동지사장은 “해상풍력 부문에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발전설비 용량의 3분의 1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퀴스트 지사장은 “EIFO는 프로젝트 리스크의 20~80%를 부담하여 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며 “풍력산업을 예로 들면, 하나의 프로젝트에 15~20개 은행이 들어오는데 리스크를 분담하는 만큼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EIFO가 정치적 의제가 아닌 시장을 따르는 이유는 시장 조건을 제시해야 민간은행이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적 금융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사업 및 운영 비용을 줄이는 것인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차대조표나 이력이 없고 미래에 무엇을 짓겠다는 계획만 있으므로 이자가 높은 편이다.
밀퀴스트 지사장은 “시장가격과 OECD의 공적수출신용 가이드라인에 맞춰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에 금리를 직접 낮출 수는 없다”며 “대신, 기업이 시중 은행들이 제공하는 금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찾아오면, 그 정도 수준에 맞춰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출처 : 임팩트온(Impact ON)(http://www.impacton.net)